영화 <퇴마록>은 한국의 애니메이션 오컬트 액션 영화다. 19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이우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1994년 출간 후 누적 판매 1,000만 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를 기반으로 한다
<영화 <퇴마록> 후기>
감독: 김동철
성우: 최한(박신부 역), 남도형(현암 역), 정유정(준후 역), 김연우(승희 역)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애니메이션, 액션, 미스터리
러닝타임: 8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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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줄거리
영화 <퇴마록>의 배경은 인간 세상을 위협하는 강력한 악령과 이를 막으려는 퇴마사들이 존재하는 현대이다. 한때 퇴마 의식 때문에 파문당했던 가톨릭 신부 박윤규(박신부)는 자신의 과거 실패를 속죄하듯 은둔 생활을 하다가, 오랜 친구이자 승려인 장호법의 요청으로 다시 세상에 나선다. 박신부, 이현암(누이를 요괴에게 잃은 무술 고수), 장준후(강대한 주술적 힘을 지닌 예언의 아이), 현승희(염동력 등 특이한 능력을 지닌 인물) 이렇게 네 명의 개성 강한 퇴마사들이 운명처럼 한 팀을 이루게 된다. 이들은 절대적인 힘을 얻기 위해 살아있는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타락한 교주(일명 서교주)와 그 배후의 악마적 존재에 맞서 싸우게 된다.
<퇴마록> 연출과 서사 구조 분석
김동철 감독의 연출은 2D 셀 애니메이션의 느낌과 3D CG의 입체감을 조화롭게 결합한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눈길을 끈다. 전통 2D 작화의 회화적 미감에 현대적인 3D 기술을 입혀, 캐릭터들의 입체적 움직임과 풍부한 질감을 동시에 살려냈다. 이러한 ‘카툰 렌더’ 기법 덕분에 인간 캐릭터들은 각각 뚜렷한 개성을 지닌 모습으로 화면에 등장하고, 배경과 악령들은 깊이감 있게 표현되어 독특한 세계관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특히 동양의 불교적 이미지, 서양의 기독교적 악마 도상학, 민속 신앙의 주술적 상징들이 한데 어우러진 미장센은 경탄스러울 정도로 신비롭고도 이국적이다. 화면에는 부적과 만트라가 흩날리고, 악마 퇴치 장면에서는 십자가와 염주가 동시에 등장하는 등 불교, 기독교, 토속 신앙이 공존하는 독특한 시각적 쾌감이 있다. 이러한 종교적 모티프의 융합은 영화 전체 분위기를 신비하고도 몽환적으로 만들어주며, 공포와 영성이 뒤섞인 독특한 무드를 형성한다.
서사적으로는 초반부터 빠르게 세계관을 전개하며 관객을 사건 속으로 끌어들이는 전개 방식을 취한다. 영화 시작과 함께 박신부의 과거 악령 퇴치 실패담, 준후를 둘러싼 비밀스러운 절과 예언, 각 인물들의 능력 소개 등이 숨 가쁘게 전개되어 정보량이 상당하다. 덕분에 액션과 사건이 쉬지 않고 이어져 지루할 틈 없이 몰입감을 주지만, 동시에 방대한 설정과 설명이 압축적으로 쏟아지면서 서사가 다소 복잡하게 느껴지는 단점도 있다.
악마, 수호자, 인간 퇴마사, 비밀 종교단체와 예언까지 한 작품에 모두 담겨 있다 보니 이야기의 방향이 산만해지는 순간들도 있다. 개연성을 보강하기 위한 대사 설명과 플래시백이 이어지는데, 러닝타임이 1시간 25분 남짓으로 짧은 편이라 몇몇 설정은 충분한 맥락 제시 없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을 편집 리듬으로 커버하려는 시도가 돋보이는데, 쉴 새 없이 전개되는 사건들은 오히려 장르적 쾌감과 템포감을 살려준다. 과감한 숏 전환과 다이내믹한 연출이 결합된 전투 시퀀스들은 마치 한 편의 하이라이트 릴처럼 밀도 높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초반부 박신부가 악마 아스타로트와 맞서는 교회 장면은, 성수를 휘두르고 라틴어 기도를 외우는 그의 엑소시즘에 일본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오버랩 연출이 더해져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성호를 긋는 손끝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악령을 몰아치는 모습은 전형적인 슈퍼히어로 액션과 퇴마 의식을 절묘하게 혼합한 장면으로,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연출이라 할 만하다. 전투 장면마다 등장하는 갖가지 귀괴한 악령들의 디자인도 압권인데, 흉측하면서도 독창적인 악마들의 형상은 관객에게 섬뜩함을 선사함과 동시에 시선을 압도한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연출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기술적 수준과 미학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풍부한 시각효과로 관객을 낯설고도 매혹적인 오컬트 세계로 안내한다.
성우 연기 분석
애니메이션 작품인 만큼 배우들의 육성 연기가 곧 캐릭터의 생명력이다. 남도형 성우는 이현암 캐릭터에 굵직하고도 단단한 목소리를 입혀, 누이를 잃은 뒤 복수와 사명감으로 불타는 무도가의 비장미를 잘 살려냈다. 대사 한 줄 한 줄에 담긴 절제된 분노와 결의가 이현암의 성격을 대변하며, 액션 신에서의 기합 소리나 숨소리까지도 섬세하게 표현되어 캐릭터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최한 성우가 연기한 박윤규 신부는 내면의 상처와 신앙인의 사명을 동시에 지닌 인물로, 차분하면서도 권위 있는 음성으로 캐릭터의 깊이를 더했다. 특히 박신부가 과거의 트라우마와 마주할 때의 떨리는 호흡,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퇴마 주문을 외칠 때의 단호하고 힘 있는 발성은 캐릭터의 심리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정유정 성우의 장준후 연기는 순수한 어린 아이의 면모와 거대한 힘을 지닌 예언자의 면모를 둘 다 표현해야 하는 어려운 역할이었는데, 천진함과 비장함을 넘나드는 목소리 연기로 준후 캐릭터에 입체감을 불어넣었다. 준후가 두려움에 떠는 장면에서는 아이 같은 연약함이 묻어나다가도, 의식을 통해 주술에 눈뜨는 순간에는 성숙한 어조로 변모하여 캐릭터의 성장과 잠재력을 드러낸다. 김연우 성우가 맡은 현승희는 밝고 당찬 목소리로 팀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캐릭터다. 오컬트 사건에 휘말린 평범한 대학생이지만 남다른 능력을 지닌 승희의 혼란과 용기를 생생히 전달하여, 관객들이 그녀의 감정선에 공감하도록 만든다.
등장인물 네 명 모두 뚜렷한 개성을 지녔지만, 성우들의 조화로운 앙상블 연기로 팀워크 역시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서로 다른 배경과 성격을 가진 캐릭터들이 처음에는 충돌하다가 점차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대사 톤과 호흡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가령, 거친 성격의 현암과 이성을 중시하는 박신부가 의견 대립을 벌일 때는 두 성우의 톤에도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네 사람이 힘을 합쳐 악에 맞설 때는 목소리에 한결같은 결의가 실려 팀의 결속력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악역 서교주의 음성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 탐욕스러운 광기의 교주 캐릭터를 실감 나게 표현하여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인다. 전반적으로 성우들의 열연은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의 한계를 넘어 실사 영화 못지않은 몰입감을 선사하며, 각자의 캐릭터 해석 또한 원작 팬들이 상상한 이미지에 가깝게 구현되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원작 소설과의 비교
1993년 인터넷 연재로 시작해 1994년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우혁의 소설 『퇴마록』은 국내 판타지 소설의 전설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방대한 분량의 원작 소설은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지를 무대로 기독교, 불교, 샤머니즘이 얽힌 초자연적 사건들과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서사를 담고 있다. 영화 <퇴마록>은 이러한 방대한 이야기 중에서도 첫 번째 장에 해당하는, 퇴마사 팀이 결성되고 예언의 아이가 등장하는 서두 부분을 집중적으로 각색했다. 원작 팬이라면 영화 곳곳에서 반가운 설정과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원작자 이우혁이 크리에이터로 직접 제작에 참여하여 사건 전개와 캐릭터 설정을 원작과 거의 동일하게 유지하려 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현암이 누나를 잃은 사연이나 박신부가 퇴마 의식으로 파문당한 과거, 장준후에게 숨겨진 예언의 힘과 현승희의 가계 비밀 등 주요 인물들의 백스토리가 소설 내용에 충실하게 재현되어 있다. 또한 타락한 교주가 벌이는 의식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최종 대결 역시 소설 국내편의 하이라이트를 옮겨온 것으로, 원작에서 느꼈던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를 스크린에 효과적으로 구현해 냈다. 이러한 충실한 각색 덕분에 이우혁 작가는 시사회 직후 영화에 대해 “원작자 인증”이라고 표현하며 만족감을 드러냈고, 이는 곧 원작 팬들에게도 일종의 품질 보증처럼 받아들여져 큰 화제가 되었다.
물론 영화적 각색을 위해 변화된 부분도 일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배경 시대와 정서의 현대화이다. 원작 소설이 집필된 90년대의 시대상을 담고 있었다면, 영화는 2020년대의 감각에 맞춰 인물들과 세계관을 세팅했다. 이를테면 원작에서 예언의 해로 언급되던 1999년의 노스트라다무스 종말론 설정이 영화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변주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등장인물들의 말투나 행동에도 현시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가미되어 있다. 또한 소설 속 방대한 에피소드들 중 일부는 러닝타임상 생략되거나 간략히 언급되는 정도에 그치는데, 원작 팬이라면 “아, 저 사건은 다음 영화나 후속 에피소드로 넘겼구나” 하고 눈치챌 법한 부분들이다. 반대로 원작에는 없던 신선한 장면 연출이나 추가된 디테일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악령들과 싸울 때 보여주는 애니메이션만의 스타일리시한 액션은 소설에서는 상상에 맡겨야 했던 부분을 시각적으로 즐길 거리를 준 케이스다. 전반적으로 스토리의 큰 줄기는 원작에 충실하지만, 매체의 차이에 따른 표현상의 변화와 압축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눈여겨볼 만한 점은 이번 영화화가 실사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을 택했다는 결정이다. 사실 『퇴마록』은 1998년에 한차례 실사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었으나 (영문 제목 The Soul Guardians), 당시 기술적 한계로 원작의 방대한 세계관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에 반해 애니메이션은 상상력을 제한 없이 펼칠 수 있는 만큼, 거대 악령이나 화려한 주술 전 등의 구현에서 압도적인 자유를 얻었다. 제작사 측도 “실사로 옮길 경우 설정의 상당 부분을 축소하거나 변경해야 했겠지만, 애니메이션을 통해서는 원작의 오컬트 세계관을 제약 없이 온전히 실현할 수 있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영화 속 많은 장면들은 현실 배우로 표현했다면 불가능하거나 어색했을 법한 장대한 스케일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이러한 선택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어서, 개봉 전 일부에서 제기된 ‘중년층 원작 팬들이 애니메이션 영화에 흥미를 보일까’라는 의구심을 기우로 돌려놓았다.
오히려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을 통해 원작의 판타지적 매력이 배가되었고, 원작 팬들의 반응 역시 호의적이다. 오래된 팬들은 “내 추억 속 장면들이 그대로 살아 움직인다”는 반응을 보였고, 일부 팬들은 여러 차례 극장을 찾는 N차 관람 열정을 보이며 캐릭터 굿즈를 모으고 팬아트를 그리는 등 적극적인 성원을 보내고 있다.
새로운 세대의 관객들도 원작을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영화는 볼거리와 재미를 갖추고 있어, 이번 작품이 세대와 매체를 뛰어넘어 원작 『퇴마록』 신드롬을 재점화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퇴마록>의 메시지와 철학적 해석
표면적으로 <퇴마록>은 퇴마사들의 모험과 전투를 그린 오락 영화이지만, 그 이면에는 묵직한 주제 의식과 철학적 물음이 자리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메시지는 선과 악의 대립 속에서 드러나는 “희생과 구원”의 가치다. 영화 속 악역인 서교주는 영생에 준하는 절대 권능을 얻고자 무고한 생명을 제물로 바치는 극악무도한 행위를 저지른다. 이는 종교의 탈을 쓴 광기 어린 욕망으로, 잘못된 신앙이 얼마나 큰 악을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에 맞서는 퇴마사들은 각자 상처와 트라우마를 지닌 인물이면서도, 다른 이들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이타적인 용기를 발휘한다. 박신부는 과거 지키지 못한 이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며 악에 맞서고, 이현암은 가족을 잃은 아픔을 겪었음에도 다시는 누군가가 그런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몸을 불사른다. 장준후와 현승희 역시 어린 나이와 평범한 삶이라는 자신들의 한계를 넘어서, 세상을 구하기 위한 싸움에 동참한다. 이러한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통해 영화는 진정한 신앙과 정의란 무엇을 위한 힘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권력과 불멸을 좇아 타인을 희생하는 왜곡된 신앙은 결국 파멸을 부르지만, 사랑과 희생을 바탕으로 한 신념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구원의 가능성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동서양의 종교와 미신을 모두 포용하면서도 보편적인 선과 악의 개념을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극중 박신부의 성수와 라틴어 기도, 장법사의 주문과 부적, 무당의 굿 등은 각각 다른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모두 궁극적으로는 악령을 물리치고 무고한 생명을 지킨다는 공통된 목적을 향한다. 이는 선을 수호하려는 의지가 문화와 종교를 초월한 보편 가치임을 보여준다. 다양한 종교적 상징들이 협업하는 모습은 자칫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영화는 이를 다름의 조화로써 그려낸다. 기독교의 신부와 불교의 승려, 무속 신앙의 주술사가 한 팀을 이루는 구성 자체가 종교 간의 협력과 조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이는 관객들에게 서로 다른 믿음이라도 정의라는 이름 아래 함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작품의 중심에는 부성애와 세대 간 희생이라는 정서가 흐르고 있다. 예언의 아이 장준후를 노리는 악에 맞서 어른들은 자신을 내걸고 아이를 보호하려 하고, 반대로 준후 역시 자신 때문에 위험에 빠진 어른들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낸다. 이러한 서사는 “어른이 아이를, 아이가 어른을 지키는 이야기”라는 한 관객의 말처럼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극중 준후가 간직한 작은 목각 인형은 그의 아버지가 준 호신부적으로, 준후가 외롭지 않게 지켜주겠다는 부모의 사랑을 상징한다. 이 디테일을 두고 한 팬은 “저 목각 인형들은 결국 아빠의 사랑”이라며 눈물을 흘렸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이렇듯 영화는 거대한 퇴마 서사 속에서도 가족애와 희생정신이라는 보편적 정서를 놓치지 않고, 오컬트라는 외피 아래 인간적인 울림을 담아낸다.
철학적으로 볼 때, <퇴마록>은 운명과 자유의지에 대한 질문도 내포한다. 준후를 둘러싼 예언은 마치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그 예언을 대하는 인물들의 태도를 통해 미래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박신부는 과거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운명에 맞서 싸우는 길을 택하고, 장호법 스님은 예언을 지키기보다는 인간적인 정과 자비심으로 준후를 대한다. 이 과정에서 작품은 예언은 경고일 뿐,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바뀔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초자연적 힘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이며, 설령 신의 계시나 숙명이 주어지더라도 인간은 스스로 옳다고 믿는 길을 선택함으로써 운명을 개척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의미를 짚어보자면, <퇴마록>의 성공은 한국 영화계에서 성인 애니메이션과 K-오컬트 장르가 갖는 가능성을 재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최근 몇 년간 염력, 사바하, 검은 사제들 등 한국형 오컬트 영화들이 연이어 주목받으며 하나의 흐름을 형성해왔는데, 그 시초 격인 원작 『퇴마록』이 최첨단 애니메이션으로 부활함으로써 국내 오컬트 신드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동시에 애니메이션이 어린이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깨고, 장르 애니메이션의 저변 확대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 함께 공포와 감동을 느끼는 광경은, 이야기의 힘과 표현 방식의 혁신이 맞물릴 때 세대의 장벽도 허물 수 있음을 방증한다. 결국 영화 <퇴마록>이 전하는 메시지는 극 중 이야기뿐만 아니라 현실의 관객들에게도 유효하다. 어둠이 아무리 강해도 이를 물리치려는 선의 연대가 존재하는 한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 그리고 과거의 유산(원작)과 현대의 기술(애니메이션)이 만나 새로운 전설을 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 말이다.
아쉬운 점
완성도 높은 작품이지만, 아쉬운이 존재한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부분은 서사의 밀도와 전개 속도에서 오는 아쉬움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영화는 방대한 세계관을 제한된 러닝타임에 담아내다 보니 설명해야 할 설정과 사건이 빼곡하다. 이로 인해 이야기 전개가 급박하게 느껴지고, 일부 初見 관객들은 “정보를 따라가기 벅찼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한 평론은 “너무 많은 것을 한 편에 담으려다 보니 줄거리가 불필요하게 복잡해졌다”면서, 더 긴 러닝타임이나 속편을 통한 분량 분산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여러 사건이 겹쳐지듯 전개되고 인물이 다수 등장하다 보니, 각각의 서사가 충분히 숨 쉴 여유 없이 스쳐 지나가는 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면 현승희 캐릭터의 경우 팀 내 홍일점으로서 잠재력 있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어 아쉽다는 평이 있었다. 그녀의 능력이나 배경이 더 깊이 다뤄졌다면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준후와 두 남자 주인공에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캐릭터 활용에 편중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훗날 후속작이 나온다면 보완될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퇴마록> 후기를 마치며
<퇴마록> 영화판은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값진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원작이 지닌 철학과 스케일을 애니메이션이라는 그릇에 담아냄으로써, 국내 창작 판타지의 저력을 대중과 다시 한 번 공유하는 데 성공했다.
만약 후속 작품이 나온다면 이번 편에서 지적된 서사상의 아쉬움을 해소하고 더욱 풍부한 이야기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그 연대기의 다음 장을 기대하며, 기꺼이 이 영화를 많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사진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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