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동진 평론가도 추천했던 <파워 오브 도그>에 관한 영화를 소개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이 영화의 기본 정보 및 줄거리는 무엇인지, 관람 포인트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아주 상세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파워 오브 도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본 정보
감독: 제인 캠피온
등급: 15세 관람가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서스펜스, 미스터리
러닝타임: 126분
주연: 베너딕트 컴버배치, 코디 스밋 맥피, 커스틴 던스트, 제시 플레먼스
줄거리
1925년 미국의 몬타나, 거대한 목장을 운영하는 필(베너딕트 컴버배치)은 막대한 재력은 물론 위압적이고 묘한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공포와 경외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어느 날 그의 동생 조지(제시 플리먼스)가 로즈(키얼스틴 던스트)와 그의 아들 피터(코디 스밋 맥피)를 가족으로 맞이하고, 동생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에 분노한 필은 로즈의 아들을 볼모로 삼아 그녀를 옭아매기 시작한다.
자신이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충격적인 영화였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영화 시작에 나왔던 피터의 말과 영화 결말에 나왔던 피터의 행동이 이어지는 쾌감. 그리고 괴물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저택과 계단 난간의 좁은 틈을 비추는 카메라의 각도. 필이라는 캐릭터의 입체성과 그가 누군가를 마음에 두기까지의 과정들. 피터의 은밀한 복수 과정까지.. 스토리, 연출, 미술, 음향까지 모두 조화롭게 맞아떨어지는 그런 영화를 였어요..
무엇이 이 영화를 이토록 매력적이게 만들었을까요?
서부극의 캐릭터
우리는 서부극을 떠올리면 엄청난 액션과 거친 인물들이 대치를 생각하기 일쑤인데요. 이 영화는 인물의 성향이 거칠게 묘사될 뿐, 거대한 액션은 없고 오직 섬세한 두 인물들의 만남이 있을 뿐입니다. 특히 동성애가 지독히도 천대받던 그 시절에, 그것이 무서워 인위적인 강인함으로 자신의 온 정신을 똘똘 뭉쳐야만 했던 필.. 어떻게 이러한 캐릭터를 고안해냈는지도 모르겠어요. 겉은 아주 단단하고 거칠고 누군가를 괴롭히고 무례한 인물이지만, 속으로는 아주 서세한 인물이며 늘 고민하고 철저히 숨기는 그런 사람.
하지만 필만이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로 그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피터 또한 그러한데요, 그는 겉으로는 종이로 꽃을 만드는 등 아주 섬세하고 연약한 듯 보이지만 토끼를 사냥하고 해부하는 등 속은 냉철하고 야만적인 인물입니다. 이 둘은 서로 대치되어 아름다운 대비를 일으켜요.
그렇게 강인하던 필이 피터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하고 그러한 틈을 타 필에게 복수를 하는 피터, 아주 아름답고 처절한 비극.
감독의 연출
남성을 좋아하는 필의 성향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기보다 은밀하게 보여주는 쪽을 택한 감독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그 덕에 영화의 세련됨이 한층 더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필의 성향을 노골적으로 혹은 폭발적으로 보여주었더라면 오히려 캐릭터에 대해서 반감이 생겼을 것 같거든요.
다른 남성들과 섞이지 않은 채로 홀로 천천히 목욕을 즐기는, 피터에게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필의 모습을 보며 당대 사회의 분위기와 그에 길들여진 필의 모습이 잘 느껴졌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남성들과 나체로 목욕을 즐기며 놀 수 있는 그 자리에 필이 가지 않았던 이유 또한 그가 동성애자임을 암시하는 연출이었던 것 같네요. 수줍음이 생각보다 많았던 캐릭터.
또한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들판에 홀러 서 있는 필의 저택. 그 저택의 구조 또한 동생과 로즈 그리고 피터 사이에 계급 구도를 만들어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조지가 피아노를 들인 그 순간에 필은 윗 층으로 올라가 로즈의 피아노 연주를 따라 하며 아래층에 있는 그녀를 심리적으로 짓밟죠. 이 순간 계단의 난간이 만들어 내는 첨예한 삼각형에 화면은 순간 얼어붙은 듯 차가워집니다. 그리고 카메라가 천천히 로즈를 클로즈업하며 그의 정신적 학대가 그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데요.
이런 치밀하게 계획된 세트장과 카메라 무빙과 인물의 연기가 어우러져 억지로 저를 놀라게 하기 위한 어떠한 장치도 없었음에도 로즈를 따라 숨을 참게 되더라고요. 대사 한 마디 없이 로즈가 느낄 심리적 고통이 화면에서 느껴질 정도였어요.
피아노 이외에도 그녀를 정신적으로 옭아매는 휘파람 소리의 서늘한 그 공기가 화면에 묻어 나와 너무 좋았어요. 시선은 어딘가에 가려지면 보이지 않지만 소리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에요.
필과 피터
또 다른 인상 깊었던 것은 두 인물의 공통점과 그 사이의 차이점입니다.
그 둘은 자신이 동경했던 혹은 보고 자라왔던 인물들이 건넨 말을 지키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조언들의 방향은 각기 다른 곳을 향하고 있죠.
필은 극 중에 이름이 자주 등장하는 프롱코 헨리의 조언을 따르며 살아가는데요, 그 내용은 "불행을 견디면 어른이 된다."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동성을 좋아하는 것을 숨기며 살아가야 하는 필은 늘 불행을 견디며 살아가죠. 반면에 피터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조언을 지키며 살아가는데요, "인생은 장애물을 없애며 가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터는 자신의 어머니를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필을 없애야겠다고 마음을 먹죠.
필은 자신을 인내했고 피터는 필을 처단하기 위해 방법을 찾아 헤맵니다. 필은 피터를 사랑했지만 피터에게 필은 그저 장애물에 불과했다는 뜻이겠지요.
밧줄
필은 모르겠지만, 필에게 있어서 밧줄은 양날의 검이었습니다. 이미 죽은 프롱코 헨리와의 유대감 그리고 자신을 해칠 수단이었죠. 또한 마지막에 자신을 해친 원인인 밧줄을 들고 피터를 찾아 헤매는 장면과 장갑을 낀 채로 그 밧줄을 개의 입 안처럼 보이는 침대 아래로 집어넣는 그 장면이 대비되면서 초반의 피터와 필의 관계가 정말 역전되었음을 선명히 알게 됩니다.
유대감, 수단, 사랑의 표현.. 물건과 그 물건을 대하는 인물들의 태도만으로 이렇게 다양한 의미와 효과를 자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흥미로웠어요.
피터의 복수
피터의 복수는 마지막에 완성됩니다. 그리고 그 복수는 생각보다 아주 쉽게 이루어지는데요. 필은 감염으로 인해 별다른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 부분에서 관객은 생각보다 시시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요, 저도 이 영화 이전에 악인이 처단될 때에는 어느 정도의 저항이 존재해야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저의 이런 편협한 시선을 날카롭게 깨뜨렸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복수를 이야기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천천히 아주 오랫동안 준비해온 그 복수로 악인이 처단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심리적 쾌감을 줄 수 있는지 알게 해 주었습니다.
피터는 정말 복수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그 경이로운 복수가 달성되었을 때에 그가 읽는 성경 구절은 극 초반에 언급되었던 "아버지가 죽은 뒤 엄마를 돌보는 것은 나의 몫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를 지킬 것이다."라는 말과 수미상관 구조를 이룹니다.
파워 오브 도그
"내 생명을 칼에서 건지시며 내 유일한 것을 개의 세력에서 구하소서."
피터의 말이다. 과연 이 말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피터에게 있어서 [생명, 내 유일한 것=자신의 어머니. 칼, 개의 세력=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 성경 구절 하나에 이 영화 한 편이 모두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론
인물의 입체성이 돋보였던 영화였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연약할 줄 알았던 한 소년이 필의 동성애적 성향을 파악한 뒤 그 약점을 파고들기 시작하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감독님은 이렇게 사소한 심리적 요소까지 모두 포착하여 담아냅니다.
그 시대가 만들어낸 악인 필과 선천적 악인 피터. 과연 누가 <파워 오브 도그>일까요?
정말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각 파트의 감독님들의 역량이 아주 돋보였던 영화였어요.
연출도.. 카메라도.. 음향도 너무 좋았어요.
주말에 넷플릭스 영화 볼 거 없나? 하시면 꼭! 보시길 바랄게요.
그럼 우리는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요!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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