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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리뷰/공포, 스릴러, 미스터리

영화 <콘클라베> 후기

by 제트U 2025. 3. 6.

어떤 자리보다 신성하면서도, 그만큼 인간의 욕망과 권력이 교차하는 곳이 있다. 바로 콘클라베(Conclave), 즉 교황 선출회의다. 바티칸 시국의 중심부에서 붉은 법의를 입은 추기경들이 폐쇄된 공간에 모여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는 과정. 그곳에서 벌어지는 권력 투쟁과 은밀한 거래는 과연 성스러운 의식일까, 아니면 정치적 암투일까? 에드워드 버거 감독이 연출한 영화 <콘클라베>는 이 비밀스러운 세계를 깊이 파고든다.

이 글에서는 <콘클라베>의 스토리, 연출, 배우들의 연기 분석을 포함해, 원작과의 비교 및 영화가 던지는 철학적 메시지를 다룰 것이다. 단순한 영화 리뷰를 넘어, 이 작품이 왜 의미 있는가를 깊이 있게 살펴보려 한다. 당신이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스크린 속 이야기가 끝난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이어질 질문들이 남게 될 것이다.

 

 

콘클라베 수상 내역 -> 아카데미 시상식 2025 수상작 소개

 

영화 <콘클라베> 후기

 

영화-콘클라베-공식-포스터
영화 <콘클라베> 공식 포스터

감독: 에드워드 버거
출연: 랄프 파인즈, 스탠리 투치, 존 리스고, 세르조 카스텔리토, 이사벨라 로셀리니
장르: 정치 스릴러,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0분
원작: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 소설 콘클라베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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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줄거리 (스포일러 최소화)


영화 콘클라베의 이야기는 갑작스러운 교황의 서거로 시작된다. 전 세계에서 모인 추기경단은 바티칸 시스티나 예배당에 칩거하며 새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회의, 즉 콘클라베를 진행하게 된다. 이 과정을 총괄하게 된 인물은 주인공인 추기경 토머스 로런스(랄프 파인즈)로, 성직자들 사이에서 두터운 신망을 얻은 College of Cardinals 학장이다​.

교황 선출 투표가 진행되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각 추기경들은 저마다 교회의 미래를 좌우할 비밀과 야심을 품고 있다. 보수파, 진보파, 온건파 등 이념적으로 나뉜 유력 후보들이 경쟁하는 가운데,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릴 커다란 비밀이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난다. 로런스 추기경은 투표 진행자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동시에, 고인이 된 교황이 남긴 단서들과 후보자들의 숨은 과거를 추적하게 된다​.

 폐쇄된 바티칸 공간에서 72시간 동안 벌어지는 이 치열한 두뇌 게임은, “이 벽 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라는 포스터 문구처럼 예측불허의 전개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콘클라베> 연출과 서사 구조 분석


콘클라베의 연출은 현대적인 감각 위에 1970년대 정치 스릴러 영화들의 정서를 절묘하게 덧입혔다.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워싱턴 D.C. 대신 로마에서 펼쳐지는 정치 음모 스릴러”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실제로 영화는 앨런 J. 파큘라 감독의 고전 스릴러들에서 느껴졌던 일종의 편집증적 긴장감을 바티칸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 구현해낸다. 카메라는 성 베드로 대성당과 시스티나 예배당 세트를 광각과 롱테이크로 담아냄으로써, 거대한 기둥과 프레스코화 사이에 갇힌 인물들의 고립감을 강조한다. 실제 촬영은 이탈리아 치네치타 스튜디오에서 진행되었는데, 미술 팀이 시스티나 예배당을 세심하게 재현해내어 현실감을 높였다. 이러한 고정되고 대칭적인 미장센은 인물들이 “움직일 공간 없이 갇혀 있다”는 인상을 주어,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그 현장에 함께 갇힌 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한다.

버거 감독의 서사 전개는 군더더기 없이 절제된 긴장감의 축적에 초점을 맞춘다. 극적인 사건보다는 심리전과 대화에 의존하는 전개이지만, 그 대사 하나하나가 갖는 함의가 깊어서 관객은 순간의 눈길과 숨결에도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예를 들어, 빗속에서 붉은 법의를 입은 추기경들이 검은 우산을 쓰고 행렬을 이루어 예배당으로 향하는 장면, 그리고 채광 창을 통해 쏟아지는 빛 아래 둥글게 둘러앉아 투표하는 장면 등은 시각적 아름다움과 함께 숨막히는 긴장감을 자아낸다. 스테판 폰테인 촬영감독의 화면 구성은 그림처럼 정교하다 – 쏟아지는 빗물과 우산, 웅장한 기둥 사이로 배치된 인물들까지 한 폭의 회화처럼 담아내며, 성스러운 공간에서 벌어지는 권력 투쟁의 아이러니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영화 내내 들리는 볼커 베텔만의 음악은 저음의 첼로와 바이올린 선율로 중압감을 배가시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서서히 고조되는 서스펜스를 뒷받침한다.

 

 

서사 구조상 콘클라베는 제한된 시공간에서 진행되는 연극적인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투표가 거듭될수록 하나둘 밝혀지는 추기경들의 비밀, 미스터리한 새 추기경의 등장,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 등이 적절한 타이밍에 배치되어 서사의 탄력을 유지한다. 챕터처럼 느껴지는 각 투표 라운드 사이사이에 성가대의 찬송이나 전통 의식 장면이 삽입되어 템포의 완급을 조절하는데, 이러한 연출은 마치 성극과 스릴러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리듬감을 형성한다. 전반부에는 엄숙한 분위기로 관객을 천천히 빨아들였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비밀이 폭로되며 긴장도가 최고조에 달한다. 클라이맥스에서 펼쳐지는 반전은 과감하고 충격적이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여운을 남기는데, 이러한 서사적 모험이 다소 파격적이라고 느낄 관객도 있을지 모르나 분명히 기억에 남는 결말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배우 연기 분석


콘클라베는 뛰어난 연기 앙상블로도 큰 찬사를 받았다. 무엇보다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는 랄프 파인즈의 연기는 일품이다. 그는 추기경 토머스 로런스라는 인물의 내면에 깔린 양면성 – 경건한 신앙인으로서의 겸손함과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지도자로서의 고민 – 을 섬세한 표정과 눈빛으로 그려낸다. 특별히 절제된 대사 톤과 미세한 감정 변화로, 권위를 지닌 성직자가 품은 인간적인 불안과 고뇌를 표현하는데,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매 장면마다 숨죽이고 그의 말을 귀담아듣게” 만들 정도로 강한 몰입감을 준다​. 파인즈는 이 작품으로 커리어 사상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까지 받았으며, 그 결과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다.

스탠리 투치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개혁 성향의 미국인 추기경 알도 벨리니 역을 맡아 특유의 지적인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투치의 연기는 절제와 열정이 공존하는데, 겉으로는 능청스러울 만큼 여유롭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냉철한 야망가의 얼굴을 비친다. 이러한 입체적인 캐릭터 해석 덕분에 벨리니 추기경은 관객이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인물이 되었다. 투치는 이 작품에서 오랜 연기 경력을 통틀어 손꼽힐 만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고, 일부 평론가는 “투치의 커리어 최고 연기”라는 찬사를 보낼 정도였다​.

 

 

조연들의 활약도 영화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존 리스고는 캐나다 출신의 온건파 조제프 트랑블레 추기경으로 분해, 부드러운 미소 뒤에 숨어있는 야심과 위선을 노련하게 표현한다. 세르조 카스텔리토는 전통주의의 화신인 이탈리아 추기경 테데스코 역으로 등장하여, 보수적 신념에 투철한 인물이 현실과 부딪히는 모습을 묵직한 존재감으로 소화해낸다. 특히 카스텔리토와 라틴어로 응수하는 장면들은 진중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연기 대결로 볼거리다. 또한 이사벨라 로셀리니는 극중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아녜스 수녀로 분해 짧은 등장에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녀는 고결하면서도 어딘가 비밀을 쥔 듯한 표정 연기로 극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해주며, 그 연기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이 밖에도 브라이언 F. 오번(오말리 몬시뇰 역), 루시언 므사마티(아데예미 추기경 역), 야체크 코만(보즈냐크 대주교 역), 카를로스 디에즈(베니테스 추기경 역) 등 각 배우들이 자신만의 개성과 에너지를 불어넣어 탁월한 앙상블 연기를 선보인다. 이처럼 누구 하나 빈틈없는 연기 합주 덕분에, 관객은 마치 실제 콘클라베 현장을 엿보는 듯한 리얼리티와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콘클라베>의 메시지와 철학적 해석


표면적으로 콘클라베는 교황 선출이라는 특수한 사건을 다루지만, 그 내면에는 보편적이고 철학적인 질문들이 흐르고 있다. 영화는 권력의 본질과 신앙의 의미에 대해 관객이 성찰하도록 유도하는데, 이는 원작 소설을 쓴 로버트 해리스가 던진 화두와 궤를 같이 한다. 작품 속 추기경들은 성인이면서도 동시에 인간으로서의 욕망과 약점을 지닌 존재들로 그려진다. 절대권력에 가까운 교황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암투는, 세속 정치 못지않게 치열하며 때로는 더 교묘한 양상을 띤다. 이를 통해 영화는 “권력은 부패하기 쉽고,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격언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그 와중에 개인이 지켜야 할 양심과 도덕성은 무엇인가를 묻는다. 다시 말해, 교회라는 성스러운 조직 내에서도 인간 사회의 축소판처럼 권력 다툼이 벌어지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진정한 영적 순수함을 지키는 일이 가능할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특히 로런스 추기경의 캐릭터를 통해 드러나는 ‘신앙과 회의의 공존’이라는 주제는 영화의 철학적 핵심이라 할 만하다. 로런스는 콘클라베 개막 미사에서 “불확실성과 의심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깊은 설교를 한다​. 이는 흔들리지 않는 확신만을 미덕으로 여기는 일부 신앙관에 대한 도전으로 들리기도 한다. 실제로 원작 소설에서도 “확실성은 신앙의 적이며, 의심이 있어야 진정한 믿음이 산다”는 메시지가 강조되는데​, 영화는 이러한 철학을 충실히 반영한다. 작품 전반에 걸쳐 인물들은 자신의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의심하며 성장한다. 어떤 이는 겸허한 믿음을 택하고, 또 어떤 이는 권력과 확신을 쫓다가 스스로를 파멸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서사는 관객으로 하여금 신앙의 본질, 즉 도그마(dogma)와 영적 겸손 사이의 균형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아울러 콘클라베는 가톨릭 교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사회적 담론도 내포하고 있다. 극중에 등장하는 후보 추기경들은 저마다 교회 개혁, 교리 수호, 지역 교회의 대표성 등 현실의 가톨릭 내부 쟁점을 상징한다. 예를 들어, 투치가 연기한 벨리니 추기경은 진보적 개혁의 희망을 대변하고, 카스텔리토의 테데스코 추기경은 전통 교리에 충실한 수구 세력을 상징한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가 특정 입장에 일방적으로 손을 들어주기보다, 이들 각각의 장단점을 모두 드러내 보인다는 점이다. 보수 성향의 인물도 나름의 신념과 논리를 갖추고 있으며, 진보 성향의 인물도 결코 완전무결하지 않다. 영화는 이러한 균형 잡힌 시선을 통해 관객에게 어떤 입장이 옳고 그르다는 쉬운 결론을 주기보다, “과연 어떤 리더십이 앞으로의 교회에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품게 한다. 이는 단순히 가톨릭 조직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정치, 기업, 공동체 등 어디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리더십과 도덕성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물론 영화의 결말부에서 제시되는 대담한 반전 메시지는 해석에 따라 논쟁을 부를 수도 있다. 일부 관객에게는 매우 급진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이 결말은, 동시에 어떤 이들에게는 교회의 변화와 포용에 대한 희망적인 은유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 반전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스포일러가 되므로 언급하지 않겠지만, 분명한 것은 콘클라베가 마지막 순간까지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는 것이다. 권위와 진실, 신앙과 인간성에 대한 복합적인 질문들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오래도록 뇌리에 남아 곱씹히는 영화다.

 

 

원작 및 배경 분석


영화 콘클라베는 앞서 언급했듯이 영국 작가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해리스는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을 교묘히 엮는 스릴러 소설로 유명한데, 이 작품에서도 그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소설 콘클라베는 2016년 출간 당시 “로버트 해리스의 작품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호평을 받았다​. 기자 출신답게 치밀한 자료 조사와 사실적인 디테일이 특징이며, 교황 선출 회의라는 폐쇄된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낸 점이 인상적이다. 해리스는 실제 바티칸의 콘클라베 의전과 규칙을 철저히 조사해 소설에 반영했고, 그 결과 독자는 마치 실제 콘클라베 현장을 훔쳐보는 듯한 리얼함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면, 추기경들이 투표용지에 후보 이름을 적어 제단 위 금제 단지에 넣는 장면, 투표 후 굴뚝을 통해 나오는 검은 연기와 백색 연기의 묘사 등은 실제 교황 선출 전통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이러한 고증 덕분에 소설과 영화 모두 사실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해리스 특유의 상상력이 더해진 음모와 반전으로 독자와 관객을 놀라게 한다.

영화는 대체로 원작 소설의 줄거리와 분위기를 충실히 따르고 있으나, 몇 가지 각색과 변화도 존재한다. 우선, 원작에서 이탈리아 출신으로 묘사되던 주인공 추기경의 국적과 이름이 영화에서는 영국 출신 토머스 로런스로 바뀌었다. 이는 랄프 파인즈의 캐스팅에 맞추어 설정을 조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덕분에 관객 입장에선 보다 친숙한 영국인 인물이 중심에 서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효과를 얻었다. 또한 영화는 여러 인물들의 대사를 축약하거나 병합하여 2시간 남짓한 러닝타임 안에 긴박한 극적 흐름을 유지한다. 예컨대 소설에서 상세히 묘사되던 추기경들의 과거 에피소드나 회상 장면들은 영화에서 암시적으로 처리되거나 일부 생략되었다. 그러나 이런 각색은 서사의 핵심을 해치지 않으며, 오히려 영화적 긴장을 살리기 위한 선택으로서 적절해 보인다.

 

 

역사적 맥락으로 보자면, 콘클라베 소설은 2013년 실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임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출 등 현대 교회사의 드라마틱한 사건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황의 죽음이 아니라 사임으로 권좌가 비게 된 현실과 달리, 작품에서는 교황이 급서한 설정이지만, 그 뒤를 이을 새 교황 선출을 둘러싼 암투라는 큰 얼개는 현실에서나 작품에서나 비슷한 흥미를 자아낸다. 해리스는 이러한 실제 사건들을 보며 “만약 교황 선거 과정에서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개입한다면?”이라는 가정을 떠올렸다고 한다. 거기에 작가 특유의 상상력이 더해져 나온 결과가 바로 콘클라베의 스토리인 것이다. 흥미롭게도,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몇몇 쟁점 – 가령 교회 내 파벌 갈등, 제3세계 출신 교황 후보의 부상, 교회 고위직의 성추문 은폐 의혹 등 – 은 현대 가톨릭 교회가 직면한 현실의 문제들과도 맞닿아 있다. 이러한 현실 반영 덕분에 영화는 단순한 픽션 이상의 시사점을 갖는다. 관객들은 스크린을 보며 “혹시 실제 바티칸에서도 저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고 상상하게 되고, 이는 작품의 몰입도를 더욱 높여준다.

시각적 측면에서도 배경 고증과 연출에 공을 들인 점은 주목할 만하다. 앞서 언급했듯 영화 제작진은 로마의 치네치타 스튜디오에 거대한 세트를 짓고 촬영했는데, 시스티나 예배당 내부는 물론이고 추기경들이 머무르는 Domus Sanctae Marthae 게스트하우스, 성베드로 광장 등이 정교하게 재현되었다. 일부 공간의 경우 감독과 미술팀이 극적 효과를 위해 약간의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관객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사실적이다. 또한 라틴어 미사, 의전 음악, 복장 등도 실제 교황청 의전을 참고하여 만들어졌고, 촬영을 위해 가톨릭 자문단의 조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세심한 노력들이 쌓여 영화는 배경에 대한 설득력을 갖추었고, 덕분에 스릴러적 상상력 역시 현실의 연장선처럼 받아들여지게 된다.

 

 

아쉬운 점 및 논란 요소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이지만 콘클라베에도 몇 가지 아쉬운 부분과 논쟁이 될 만한 요소들은 존재한다. 우선 일부 평론가들은 영화의 플롯이 지나치게 극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로튼토마토 93%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 속에서도, LA 타임스의 케이티 월시는 “겉보기엔 심오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얄팍하고 터무니없는 미스터리”라고 혹평하며 영화의 서사가 깊이보다 쇼크에 의존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마지막 반전의 경우, 충격적이긴 하나 개연성 면에서 다소 파격적인 면이 있어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어떤 관객들은 이 결말이 갑작스러워 이전까지의 진지한 톤과 다소 괴리감이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즉, 영화 내내 쌓아온 묵직한 드라마가 마지막 순간에 지나치게 소설적 장치에 기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또한 영화의 메시지 측면에서, 가톨릭 교회를 묘사한 방식이 논란을 낳기도 했다. 진보적인 시각에서 보면 영화는 교회의 폐쇄성과 권위주의를 비판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용감한 작품이지만, 보수적인 신자나 성직자들에게는 다소 불편하게 다가갈 요소들이 있다. 실제로 개봉 후 몇몇 가톨릭 매체들은 영화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예컨대 미국 가톨릭 매체 OSV 뉴스는 콘클라베가 “교회 내 상반된 관점을 희화화하고, 변화 옹호자들에게만 유리하게 그려졌다”며 신앙심 깊은 관객이라면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평했다​. 로스앤젤레스 대교구의 잡지 Angelus는 영화의 클라이맥스 연설 장면을 두고 “진부한 상투어 투성이로, 마치 ChatGPT가 쓴 것처럼 들린다”며 대사 완성도의 부족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가톨릭계의 영향력 있는 성직자인 로버트 배런 주교는 이 영화를 “오스카 노림수에 불과하며, 마치 뉴욕타임스 사설진이 쓴 것 같다”고 일축했는데, 이는 영화가 다소 편향된 진보적 관점을 담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렇듯 콘클라베는 종교적 민감성을 건드리는 주제인 만큼, 관점에 따라 상반된 해석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완성도와 의미를 폄하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어떤 논쟁점들은 영화가 그만큼 담대한 주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다만 일반 관객 입장에서 한 가지 염두에 둘 점은, 이 작품이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엔터테인먼트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화려한 액션이나 빠른 전개를 기대한다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으며, 가톨릭 교회의 의례와 구조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다면 일부 대사나 상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영화의 잘못이라기보다 소재의 특수성에서 기인한 것이므로, 관람 전 약간의 관련 지식을 접하고 간다면 더욱 풍부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콘클라베>를 마치며


콘클라베는 오랜만에 등장한 지적이고 품격있는 스릴러로서, 묵직한 주제와 뛰어난 완성도를 겸비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종교 영화도, 단순한 미스터리도 아니다.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의 드라마를 통해 권력의 본질과 신앙의 의미를 탐구하는, 일종의 철학적 스릴러라 부를 만하다. 에드워드 버거 감독의 연출 아래 훌륭한 배우들의 앙상블, 촘촘한 각본과 시각미, 음악까지 어우러져 한 편의 작품으로서의 짜임새가 빛난다. 이러한 예술적 완성도는 평단의 갈채로도 이어져, 콘클라베는 개봉 후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주목받았다. 영미권에서 잇달아 호평이 나오며 *“지적인 오락을 갈망하는 관객에게 신의 선물 같은 영화”*라는 찬사를 받았고​, 앞서 언급했듯 아카데미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에 걸쳐 8개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는 상업성과 예술성을 조화시킨 영화로서 콘클라베가 거둔 큰 성취라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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