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비>는 하정우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이자, 배우로서의 풍부한 커리어를 바탕으로 완성된 블랙코미디다. 2025년 4월 개봉과 동시에 비평적 관심을 끌며, 단순한 오락영화 이상의 문제의식을 품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5)에 이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하정우는, 이번 작품에서 한층 절제된 연출과 사회 구조에 대한 통찰을 선보인다.
영화 <로비>는 한국 사회에서 익숙하게 회자되지만 여전히 음지에 머무는 '로비' 문화를 중심에 놓는다. 특히 '로비 골프'라는 소재는 권력과 거래가 어떻게 사적 공간에서 형성되고, 그 안에서 인간 군상이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를 설득하거나 타인을 조종하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효과적인 장치다. 본 평론은 <로비>가 어떻게 장르적 관습을 넘어서 사회적 텍스트로 기능하는지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영화 로비 후기>
- 감독: 하정우
- 출연: 하정우, 김의성, 박병은, 강해림, 강말금, 최시원, 차주영 외
- 장르: 블랙코미디, 드라마
- 러닝타임: 106분
- 관람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상영일정
영화 <로비> 줄거리 요약
영화 <로비>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 대표 윤창욱(하정우)이 국책사업 수주를 위해 권력의 그림자에 진입하게 되는 과정을 다룬다. 경쟁자인 손광우(박병은)는 이미 조장관(강말금)과의 유착을 통해 사업의 흐름을 장악하고 있으며, 창욱은 조 장관의 남편이자 실세 브로커인 최실장(김의성)을 통해 로비의 세계에 입문한다. 그 통로는 바로 '골프'. 그리고 전직 프로골퍼 진세빈(강해림)의 조력이 더해지며, 이 은밀한 권력 게임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영화 <로비> 서사 구조 및 연출 방식
<로비>의 서사 구조는 단순한 기승전결보다는, ‘침묵’과 ‘격식’ 속에서 점차 드러나는 인간관계의 비대칭에 초점을 둔다. 영화의 주요 무대인 골프장은 폐쇄적이고 비공식적인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곳은 언뜻 자유로워 보이지만, 오히려 사회적 위계가 더 노골적으로 작동하는 곳이다. 하정우 감독은 이 공간을 통해 제도 밖의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촬영은 장면별 리듬을 고려한 롱테이크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카메라의 느린 이동은 인물 간의 심리적 거리감을 반영한다. 특히 클럽하우스 내부 장면에서의 카메라 워킹은, 대사보다 장면의 침묵과 시선 교환을 더 강조함으로써 숨겨진 권력 관계를 암시한다. 이는 곧 관객으로 하여금 '보여지는 것 너머'를 상상하게 만드는 장치다.
배우와 캐릭터 구축
하정우는 윤창욱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한국형 지식인을 구현한다. 창업가로서의 순수함과 사업가로서의 생존 본능이 충돌하며 발생하는 내적 갈등은 매우 절제된 연기를 통해 표현된다. 김의성은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캐릭터 중 하나인 최실장을 연기하는데, 그의 연기는 능청스러운 유연함과 정치적 냉혹함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강해림은 전직 프로골퍼 세빈 역으로, 로비의 세계에서 윤리적 기준이 흔들리는 인물들을 대변한다. 그녀의 캐릭터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로비의 세계를 가장 가까이서 체험하고 있는 '관찰자'이자 '중재자'로 기능한다. 이는 영화 <로비>가 단순히 남성 중심의 권력극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시선으로 로비의 구조를 조망하려 했다는 증거다.
영화 <로비> 주제의식 및 사회적 맥락
<로비>는 '거래'와 '정의'가 분리된 사회에서 윤리의 경계가 얼마나 쉽게 흐려지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로비를 그저 비난하거나 풍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왜 그것이 가능한가를 묻는다. 관객은 윤창욱의 시선을 통해, 로비가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으로 보상받는 행위임을 점차 인식하게 된다. 이 구조적 문제의식은 한국 사회가 가진 오래된 병폐를 정조준한다는 점에서, <영화 승부>가 보여준 ‘승부 너머의 인간적 가치’와도 상통한다.
또한 <로비>는 경제 권력, 정치 권력, 성적 권력이 얽히는 지점을 교묘하게 건드린다. 조장관이라는 여성 권력자의 존재는 단순한 악역이 아닌,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로비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체제의 일면을 보여준다. 영화는 특정 인물을 악마화하지 않으며, 모두가 일정 부분 가해자이자 피해자라는 다층적인 구조 속에서 로비의 현실을 담아낸다.
결국 영화 <로비>는 단순한 “로비를 둘러싼 골프 접대극”이 아니라, 한국식 권력 시스템의 미시적 작동 방식을 해부하는 작품이다. 하정우 감독은 로비라는 민감한 소재를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관객이 그 실체를 체감하도록 연출의 문법을 설계했다. 영화 <로비>는 ‘보여주지 않고, 느끼게 하는’ 영화다. 그 점에서 이 작품은 올해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정제된 사회풍자극 중 하나로 기억될 만하다.
아쉬운 점
다만 후반부 전개의 급격한 감정 전환은 캐릭터의 변화에 충분한 개연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플롯 진행을 위해 서둘렀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또한 여성 캐릭터들의 서사 비중은 여전히 제한적이며, 조력자 혹은 관계의 매개로만 기능하는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영화 <로비> 후기를 마치며
영화 <로비>는 권력의 실체를 골프라는 폐쇄적 게임을 통해 은유한 사회 풍자극이다. 하정우 감독은 배우로서의 감각과 연출가로서의 통찰을 결합해, 로비라는 민감한 주제를 유머와 침묵, 상징과 디테일로 풀어냈다. 단순히 웃기고 마는 블랙코미디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로비>는 권력 관계의 탐욕을 골프장이라는 상류의 전장에서 들춰낸다. 두 작품은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며, 영화 <로비>는 분명 그 대화의 한 축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사진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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