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작품 리뷰/액션,범죄,히어로

영화 야당 솔찍 후기

by 제트U 2025. 4. 18.

황병국 감독이 1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야당>은 한국 범죄 영화계에 묵직한 한 방을 날린다. 강하늘, 유해진, 박해준이라는 믿음직한 조합이 주연으로 뭉친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고, 마약 범죄를 소재로 한 통쾌한 활극에 사회 고발적 메시지를 결합한 작품이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야당'은 현실의 ‘여당-야당’ 구도가 아니라 범죄 세계의 밀고자를 뜻하는 은어로, 법과 범죄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인물을 가리킨다​. 과연 감독은 이 낯선 개념을 통해 어떤 이야기와 메시지를 전하려 했을까.

 

 

<영화 야당 후기>

 

영화-야당-공식-포스터

 

감독: 황병국
주연: 강하늘, 유해진, 박해준, 류경수, 채원빈
장르: 범죄, 액션
개봉: 2025년 4월 16일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일정

 

<야당> (2025)은 범죄·액션 장르의 한국 영화로, 2011년 <특수본> 이후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황병국 감독의 복귀작이다. 강하늘(이강수 역), 유해진(구관희 역), 박해준(오상재 역)이 주연을 맡았고, 류경수, 채원빈 등이 조연으로 가세한다. 2025년 4월 16일에 개봉했으며, 국제 마약 범죄를 소재로 한 거침없는 스토리 전개와 현실 고발적 주제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영어 제목은 <YADANG: The Snitch>로, 제목 <야당>의 의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야당> 줄거리


영화-야당-솔직-후기-류경수-스틸컷영화-야당-솔직-후기-강하늘-스틸컷
류경수, 조훈 역/ 강하늘, 이강수 역

청년 이강수(강하늘)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 평범한 20대였다. 그러던 중 출세욕에 불타는 검사 구관희(유해진)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바로 자신의 형량을 줄여주는 대가로, 마약 범죄 조직에 잠입해 ‘야당’(밀고자)으로 활동하라는 것. 법의 바깥과 안쪽을 잇는 브로커 노릇을 맡은 강수는 마약판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희에게 넘기며 범죄자 검거에 협력하게 된다​. 한편 마약 수사대 오상재 형사(박해준)는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달려들다가, 관희 검사와 정체불명의 정보원 ‘야당’이 뒤에서 판을 흔들고 있음을 직감한다.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검사, 야당, 형사의 위험한 공생과 충돌이 이어지면서, 마약 거래의 판도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사건이 진행될수록 배후의 거대한 세력이 서서히 드러나고, 정의를 향한 집념과 권력을 향한 욕망이 첨예하게 맞부딪힌다. 과연 이들은 서로의 ‘야당질’ 속임수와 야망을 뚫고 자신들의 목적을 이뤄낼 수 있을까?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생략한다.)

 

 

영화 <야당> 연출과 서사 구조 분석


영화-야당-솔직-후기-유해진-스틸컷영화-야당-솔직-후기-강하늘-유해진-스틸컷
유해진, 구관희 역

황병국 감독의 연출은 한 마디로 '속도감 있는 직진'이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숨 돌릴 틈 없이 전개되는데, 마약 거래 현장을 급습하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카메라는 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혼돈과 쾌감을 동시에 담아낸다. 컷 전환이 빠르고 리듬감 있게 이어져 관객이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중요한 장면을 놓칠 정도다​. 촬영감독 이모개의 카메라 워크는 관조적인 시선을 배제하고 인물들의 흔들리는 감정을 밀착해 포착한다​. 이러한 연출 선택은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 내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만드는, 일종의 “절대 휴대폰을 볼 수 없게” 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서사는 두 개의 축으로 힘있게 질주한다. 하나는 지하 세계의 마약 거래 라인, 다른 하나는 법의 이름 아래 진행되는 마약 수사 라인이다. 마약 거래 측면에서는 사건이 해결될 때마다 범죄의 스케일이 커지고 새로운 악역이 등장하여 최종 보스의 윤곽이 드러난다​. 수사 측면에서는 욕망에 찌든 검사 구관희와 집념의 형사 오상재가 같은 범인을 쫓으며 사사건건 대립한다​. 이처럼 이원화된 구조는 언뜻 전형적인 수사물의 문법을 따르는 듯하지만, 영화 <야당>만의 차별점은 중간에 서 있는 이강수 캐릭터다. 강수는 범죄자도 아니고 완전한 공권력도 아닌 경계인으로서, 마약 거래 현장과 수사 현장 양쪽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다. 덕분에 영화는 두 세계를 오가며 디테일한 상황들을 현실감 있게 묘사할 수 있었다. 강수가 정보를 흘려주면 곧바로 형사가 출동하고, 그는 다시 범죄자 편에 서서 도주를 돕는 등,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유영하는 서사가 긴박하게 전개된다.

 

 

이러한 독특한 삼각 구조는 이야기에 긴장과 활력을 불어넣지만, 동시에 욕심껏 많은 것을 담아낸 탓에 다소 산만해지는 단점도 드러난다. 영화 후반부에는 대선 후보의 아들이 연루된 정치 스캔들까지 겹치며 서사가 한층 복잡해지는데, 이 과정에서 이야기의 큰 줄기가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함을 준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몇몇 전개는 <내부자들>이나 <부당거래> 같은 선배 작품들을 떠올리게 해 신선도 면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황병국 감독은 현실 사건 취재를 바탕으로 극을 직조해냈고, 액션 장면 역시 과장된 합을 빼고 실제 싸움처럼 거칠고 리얼하게 구현하여​ 영화만의 질감을 살렸다. 전체적으로 연출의 장점과 약점이 분명한데, 거침없는 속도감과 사회 고발적 색채라는 칼날을 세우는 동시에 장르적 관습에 기대는 부분은 완벽히 뛰어넘지 못한 모습이다.

 

영화 <야당>의 메시지와 사회적 해석


영화-야당-솔직-후기-유해진-스틸컷영화-야당-솔직-후기-박해준-채원빈-스틸컷
박해준, 조훈 역/ 채원빈, 엄수진 역

영화 <야당>은 오락적 재미에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겉보기에는 마약 범죄를 둘러싼 경찰과 검찰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지만, 그 이면에는 권력의 부패와 야욕에 대한 고발이 자리잡고 있다. 검찰 권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보여주는 구관희의 유명한 대사​는, 현실의 사건들을 떠올리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도 검찰이 정치 권력을 좌지우지한 사례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고, 영화 속 관희 검사는 그런 현실을 체현한 인물이다. 그의 집무실에 걸린 ‘巢毁卵破(소훼난파)’ 액자는 “둥지가 부서지면 알도 깨진다”, 즉 법의 둥지가 무너지면 국민도 다친다는 의미인데​, 정작 그는 법질서를 스스로 허무는 모순적 행동을 보인다. 이를 통해 영화는 법을 수호해야 할 자들이 욕망에 눈이 멀면 어떻게 사회의 둥지가 파괴되는가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야당>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선 인간 군상을 통해 도덕적 딜레마를 제기한다. 이강수는 범죄자를 잡기 위해 또 다른 범죄에 가담하는 모순된 위치에 놓인다. 정의를 실현하려면 부정한 방법도 불사해야 하는가,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이 강수의 행동을 따라붙는다. 영화 속 세 인물은 각자 나름의 정의와 욕망을 품고 움직이지만, 결국 그 경계가 흐려지며 모두가 어느새 정치적인 게임에 휘말려 있음을 보여준다​. 검사와 경찰, 브로커까지 서로를 이용하고 배신하는 모습은 권력을 둘러싼 정치판의 축소판처럼 보이기도 한다. 제목 ‘야당’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정치적 함의를 떠올리게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실제로 작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2021년 보도된 “수원지검 검사실에 매일 아침 마약쟁이들이 모여 정보를 건넨다”는 실화 기사에 영감을 얻었다고 하니​, 영화의 뿌리는 현실에 깊숙이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영화 후반부에는 대통령 선거 정국이 배경으로 등장하여 이야기의 무게감을 더하는데, 이는 개봉 시점(2025년)의 시국과도 기묘하게 맞물려 관객들로 하여금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사회적 메시지의 또 다른 축은 바로 마약 범죄의 심각성 그 자체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마약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야당>은 마약에 중독된 이들의 추악한 민낯과 범죄의 폭력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일부 장면에서는 환각 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벌이는 일탈과 추태를 거침없이 보여주는데, 이는 관객에게 큰 충격을 주며 경각심을 일깨운다. 황병국 감독은 인터뷰에서 “현실의 마약 범죄 상황은 청불 등급 영화보다 더 심각하다”고 밝히며, 더 이상 검거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 사회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영화는 이러한 감독의 문제의식을 담아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인 마약 범죄자들의 딜레마까지 포착한다. 즉, 마약에 손댄 이들은 자신과 사회 모두에게 해악을 끼치는 가해자이지만, 동시에 마약이라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법 집행뿐 아니라 치료와 재활 등 종합적 대책이 필요함을 암시적으로 제시한다.

 

 

결국 <야당>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법은 정의를 위해 존재해야 하며, 그 어떤 명분으로도 타락을 정당화할 수 없다.” 검사 구관희의 타락과 몰락은 이 교훈을 극적으로 보여주며,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 현실의 반영처럼 다가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동시에 마약과 같은 사회 악은 개인의 일탈이기도 하지만 구조적 문제임을 지적하며, 관객에게 현실을 직시할 용기를 요구한다. 영화는 오락적 쾌감 속에서도 이러한 철학적·사회적 질문들을 놓치지 않음으로써, 단순한 범죄 액션을 넘어서는 의미의 지평을 획득한다.

 

 

영화 <야당>의 장점과 아쉬운 점


영화-야당-솔직-후기-유해진-스틸컷영화-야당-솔직-후기-박해준-스틸컷
영화 <야당> 후기

그러나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지적할 부분은 신선함의 부족이다. 영화는 분명 지금 여기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음에도, 메인 플롯의 큰 얼개는 앞서 나온 범죄 영화들의 성공 공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검찰 비리, 정치권력과의 유착, 마약 조직 소탕이라는 요소들은 한국 영화 팬들에게 익숙한 재료들이다. 물론 익숙함을 뛰어넘는 차별화 포인트로 '야당' 캐릭터를 내세웠지만, 이야기 전개가 후반으로 갈수록 결국 예견된 궤적을 따라가는 느낌을 준다. 몇몇 장면은 <내부자들>이나 <부당거래>, <베테랑> 등의 명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이러한 데자뷰는 긴장감 대신 예측 가능성을 높여버린다. 또한 과욕으로 인한 산만함도 단점으로 꼽을 수 있다. 영화는 사회 고발, 액션 쾌감, 캐릭터 드라마, 스릴러적 반전 등 갖가지 맛을 한꺼번에 잡으려 한다. 그러나 욕심이 과했던 탓인지 “다 보여주려다 정작 다 놓친” 인상을 준다는 평도 있다​. 가령, 초중반까지 긴밀하게 쫓아가던 검사-형사-야당의 삼각관계 구도가 후반부 정치 스캔들이 끼어들면서 다소 흐트러지고, 몇몇 인물의 감정선이나 서사 마무리가 급하게 처리된 감이 있다. 관희 검사의 캐릭터 붕괴 과정이나 상재 형사의 개인사 등 흥미로운 요소들이 더 심도 있게 다뤄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으로, 폭력성과 선정성의 수위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범죄 세계의 실상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 해도, 일부 관객에게는 지나치게 불편한 장면들로 다가올 수 있다. 이는 작품의 의도라기보다도 표현 수위 조절의 문제이기에, 관객이 느끼는 거부감까지 완전히 상쇄시키진 못한다. 요컨대, <야당>은 탄탄한 기본기에 비해 혁신적인 무언가가 부족한 점과, 욕심 많은 시도가 주는 불균질함이라는 약점을 노출한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들은 영화가 의도한 바를 크게 훼손할 정도는 아니며, 장르 팬이라면 기꺼이 눈감아줄 만한 부분들이다.

 

 

영화 <야당> 총평 및 추천 대상


영화-야당-솔직-후기-류경수-스틸컷영화-야당-솔직-후기-채원빈-스틸컷
영화 <야당> 리뷰

총평

영화 <야당>은 오락성과 메시지의 양면을 모두 잡으려는 야심찬 시도를 담은 작품이다. 비록 새로운 재료보다는 익숙한 것들을 절묘하게 버무린 느낌이지만, 잘 조율된 속도감과 배우들의 명연기가 그 익숙함을 덮고도 남는다. 마치 2010년대 한국 범죄 영화들의 장점을 응축해 놓은 한 상 차림 같달까. 입맛 당기는 매콤한 양념(액션 쾌감)과 속을 채우는 묵직한 주제의식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보는 내내 지루할 틈 없이 빠져들게 만든다. 이동진 평론가의 어투를 빌리자면, <야당>은 “아는 맛의 향연이지만 그 풍미가 쉽게 잊히지 않는” 영화다. 비록 혁신적인 새 맛은 아닐지언정, 기존의 맛을 극대화하여 관객의 오감을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할 수 있다.

추천 대상

이 영화는 한국형 범죄 액션 장르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만족할 만한 작품이다. <범죄도시>, <검사외전>, <내부자들> 등의 작품을 흥미롭게 봤다면 <야당>의 세계관과 스타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영화에서 다루는 권력 암투와 사회 부조리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도 일종의 현실 풍자극으로서 추천할 만하다. 다만 폭력적인 장면과 마약 관련 충격적인 묘사가 있으므로, 이러한 소재에 거부감이 없는 성인 관객에게 적합하다. 사회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동시에 스릴 넘치는 액션 활극을 한꺼번에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야당>은 제법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다. 현실의 어둠을 직시하면서도 영화적 카타르시스를 맛보고 싶은 날, 이 통렬한 야당(夜膽)의 세계에 뛰어들어 보시길 권한다.

 

 

영화 <야당>은 범죄의 지옥도와 권력의 민낯을 가감 없이 그려내며, 장르적 쾌감과 사회적 메시지의 양 날개를 펼쳐 힘차게 난다. 비록 그 비행 궤적이 완전히 새로운 하늘은 아닐지라도, 그 날갯짓에는 분명 한국 영화만의 강렬한 에너지가 담겨 있다. 관객들은 극장을 나서며, 흥분과 씁쓸함이 뒤섞인 독특한 여운을 곱씹게 될 것이다.

한 줄 평: 익숙한 재료로 매운맛을 제대로 낸, 법과 범죄의 경계인에 대한 통렬한 범죄 활극.​

 

사진 출처: 네이버

 

 

 

728x90
LIST